오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당초 핵심 쟁점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는 이른바 ‘신약 청탁 의혹’이었다.
그러나 이후 후보자와 관련된 브로커와의 관계, 제약사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의 아들이 후보자 의원실에서 근무한 사실, 배우자가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의 가족 채용 및 급여 문제, 배우자 상속 부동산 재산신고 누락, 자녀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인사검증의 핵심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 채택이 무산되면서 ‘증인 없는 청문회’ 논란까지 더해졌다.
핵심 쟁점 ①…식약처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가장 큰 논란은 2021년 제약업체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김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사업가 양모씨는 김 후보자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며 식약처에 신속한 처리를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 공개된 문자와 통화 내용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양씨의 부탁을 받고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김 후보자는 이를 ‘청탁’이 아닌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공익적 고충민원의 전달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대화에는 임상시험 승인으로 사업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과 정치후원금 논의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식약처는 김 후보자가 요청한 이후 해당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김 후보자 측은 금품이나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고 실제 정치후원금도 전달되지 않았으며, 검찰 수사에서도 임상시험 승인 요청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왜 ‘기소유예’를 했나
이 사건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검찰 처분이다. 김 후보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2024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는 ‘혐의없음’과는 다르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실제 당시 검찰 수사팀은 김 후보자가 브로커 양씨의 부탁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승인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하고, 그 대가로 정치후원금을 받기로 약속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기소 여부와 관련한 법리 검토가 이어졌고,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김 후보자는 이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따라서 청문회에서는 ‘기소유예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논란의 확산…‘브로커·판사·제약사’ 관계
논란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만 머물지 않았다.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씨, 제넨셀 관계자, 그리고 제넨셀 창업주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가 함께 있는 이른바 ‘3인 셀카’가 공개되면서 이들의 관계가 추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해당 판사와의 만남에 대해 사적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데 이후 제넨셀 창업주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의 아들이 2024년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의원실에서 입법보조원으로 근무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몇 달 후 그의 아들이 김 후보자 의원실에서 근무했다는 점 때문에 야권에서는 ‘보은성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자 측은 해당 아들의 근무는 일반적인 의원실 업무 경험이며 정식 직책도 아니었고, 영장 기각과 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공개적으로 면접을 통해 일을 맡겼기 때문에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우자 사회적협동조합…‘가족기업’ 논란
배우자가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배우자뿐 아니라 자녀들도 해당 조합에서 근무했고 가족에게 급여가 지급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일부 자료를 근거로 배우자와 자녀들의 급여 규모 및 채용 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야당은 이를 사실상 ‘가족 중심 운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해당 조합이 2025년 기부금 지출액의 상당 부분을 자체 운영경비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기부금 사용처가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부금 지출액 약 3,574만원 가운데 약 3,374만원이 운영경비로 기재됐다. 전년도에는 프로그램 운영비 등 실제 지급처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용처 공개가 충분했는지를 두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다만 이 부분은 조합의 회계처리와 실제 법령 위반 여부를 구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배우자 상속 부동산 신고 누락
재산 문제에서도 논란이 나왔다.
김 후보자의 배우자가 올해 6월 모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전북 군산 소재 토지와 건물 지분이 인사청문요청안 재산 목록에서 빠진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부동산의 신고가액은 약 1억6천만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 측은 누락 사실을 인정하면서 “장모 사망 후 경황이 없었고 후보자 지명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에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누락된 재산에 대한 추가 자료를 제출하고 상속세도 법정 기한 내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고의 누락인지 단순 착오인지는 청문회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자녀 ‘위장전입’ 사실도 확인
자녀들의 과거 주소 이전 문제도 새롭게 드러났다. 김 후보자의 장녀와 장남은 각각 9세와 6세였던 2006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로 전입 신고했다.
반면 김 후보자 부부와 당시 2세였던 차녀는 약 10㎞ 떨어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아파트로 주소를 옮겼다. 이후 약 2년8개월 뒤 가족이 다시 같은 주소로 전입하면서 주민등록상으로는 미성년 자녀 둘이 부모와 별도의 주소지에 거주한 형태가 됐다.
김 후보자 측은 교육 목적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라진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사정은 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증인 없는 청문회’ 논란
문제는 이러한 의혹들을 검증할 국회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5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의혹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양씨와 제약업체 관계자 등 다수의 증인·참고인 채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핵심 의혹 당사자들이 청문회장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참여연대는 12일 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 증인 채택이 무산될 경우 인사청문회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소유예 처분은 무혐의나 종결 처분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후보자 측이 의혹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관련자들의 증언과 자료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시민단체까지 “자진 사퇴” 요구
이번 사안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야당뿐 아니라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는 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김 후보자에게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이 충분하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경실련은 특히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공개된 녹취와 관련자들의 관계를 문제 삼으면서,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검찰 수사와 법 집행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역시 증인 없는 청문회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여야 정치공방을 넘어 고위공직자 인사검증과 청문회 제도의 실효성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승원 후보자 “여러 논란 송구…청문회서 설명”
김 후보자는 현재 정면 돌파 입장이다. 그는 최근 출근길에서 여러 논란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국민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판사 아들 의원실 채용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면접을 통해 채용했고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임상시험 승인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수수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반박하고 있다.
결국 청문회의 핵심은 ‘해명’보다 ‘검증’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현재까지의 논란을 종합하면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제넨셀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국회의원으로서 한 행위가 단순한 민원 전달인지, 부적절한 청탁으로 볼 수 있는지다.
둘째, 브로커와 판사, 제약사 관계자와의 관계 및 이후 판사 아들의 의원실 근무가 서로 무관한 우연한 일인지 여부다.
셋째, 배우자와 자녀를 둘러싼 조합·급여 문제와 재산신고 누락, 자녀 위장전입 등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이해충돌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다.
특히 법무부 장관은 검찰과 형사사법 체계에 관여하는 고위공직자라는 점에서 일반 장관 후보자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이해충돌 검증이 요구된다.
결국 오는 15일 청문회에서 중요한 것은 여야의 정치적 공방 자체가 아니라,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가운데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사실이 아닌지를 객관적인 자료와 관계자 증언을 통해 가려내는 일이다.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도 결국 검증을 거쳐야 한다.
김승원 후보자의 장관 적격성 논란은 이제 국회의 청문회가 얼마나 실질적인 검증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찐뉴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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