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뉴스

[정치한수] 절대 악이 사라진 자리, 민주당은 또 다른 악을 만들고 있다

[정치한수] 절대 악이 사라진 자리, 민주당은 또 다른 악을 만들고 있다

찐뉴스 | 입력 : 2026/08/11 [12:55]
◇본문 이해를 돕기위한 AI 이미지◇
 
윤석열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사회대개혁 비전 대신 다시 시작된 ‘악마 만들기’
 
윤석열이라는 거대한 적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민주당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더 거칠어지는 모양새다.
 
그동안 민주당을 하나로 묶어온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반(反)윤석열이었다. 윤석열 정권이라는 ‘절대 악’에 맞서야 한다는 명분 앞에서 당내의 다양한 차이와 갈등은 뒤로 밀렸다. 광장에서, 국회에서, 거리에서 민주당은 비교적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성공했다.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민주당의 모든 공력이 집중됐고, 결국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이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윤석열을 무너뜨린 다음 무엇을 할 것인가. 민주당은 이 질문에 얼마나 준비돼 있었을까. 윤석열 이후의 비전은 어디에 있는가
 
광장에서 쏟아졌던 사회대개혁에 대한 요구를 현실의 정책으로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새로운 대한민국의 질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검찰개혁도 마찬가지다. 검찰이라는 기존 권력의 문제를 지적하고 수사권 구조를 바꾸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다. 필요한 개혁은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것과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분노와 결집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후자는 훨씬 많은 고민과 토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윤석열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는 동안, 정작 윤석열 이후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은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낡은 질서를 해체한 다음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AI 시대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개헌을 비롯한 정치제도 개혁은 어디까지,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런 미래의 비전보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 누가 누구를 몰아내느냐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절대 악이 사라지자 또 다른 악을 만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민주당은 권력투쟁에는 익숙하다. 오랫동안 민주당의 정치문화에서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방식은 반복돼왔다. 누군가를 공격해야 우리 편이 결집하고, 우리 편이 결집해야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이 축적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이라는 ‘절대 악’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적이 필요해졌다.
 
정치적 경쟁자가 정책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악’으로 규정되기 시작하면 정치의 목적은 사라진다.정청래를 둘러싼 당내 갈등과 김민석·송영길 등을 둘러싼 공방 역시 결국 이런 ‘악마 만들기 정치’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을 악으로 만들어야 지지층이 결집한다.
 
그러면 정치인은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상대를 더 강하게 공격하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쉽고 익숙한 권력투쟁의 방식이다.
 
1인 1표가 죄는 아니다
 
물론 당원주권 강화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당원이 정당의 주인으로서 더 큰 권리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그 제도를 정치적 권력투쟁에 어떻게 이용하느냐다.
당원들의 목소리를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연결하지 않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상대 정치인을 배제하는 동원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정치의 방식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전당대회 룰을 비롯한 당내 정치구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당원주권을 강화하면서도 특정 세력의 결집과 상대방 배제를 부추기는 구조는 없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전당대회가 끝난다고 전쟁도 끝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누군가 승리한다고 해서 지금의 갈등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미 지지층 사이에는 적지 않은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사회대개혁의 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자리였다면 어땠을까.
 
AI 시대의 일자리와 산업정책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청년과 노년의 세대 격차는 어떻게 줄일 것인지,
부동산과 자산 격차는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
지역과 수도권의 불균형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개헌과 정치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이런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했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졌더라도 민주당에는 훨씬 건강한 에너지가 남았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동력이 되고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었다.
 
민주당은 이제 ‘사냥’에서 벗어나야 한다
 
윤석열이라는 적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적을 찾아야 한다면, 그 정당은 결국 과거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민주당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이 일부 국민에게 꼰대 정당, 기득권 정당으로 비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냥이 끝났는데도 전리품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런 정치가 아니다.
국민은 누가 더 큰 권력을 가져갈 것인지보다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보고 싶어 한다.
윤석열 이후의 대한민국은 민주당 내부의 권력투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민주당이 정말 정권교체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이제는 적을 찾는 정치에서 미래를 만드는 정치로 넘어가야 한다.
 
권력투쟁은 잠시 달콤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악마의 속삭임과 거래하지 말고, 빛으로 나와라
 
민주당이 다시 선택해야 할 것은 분노와 증오를 통한 결집이 아니다. 비전이다. 누군가를 악마로 만드는 데 정치적 에너지를 쏟을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절대 악이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악을 만들어내는 정치.
이제는 끝내야 한다.
민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사냥은 끝났다.
이제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악마의 속삭임과 거래하지 말고, 빛으로 나와라.
 
 
찐뉴스 심주완의 정치한수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포토뉴스
메인사진
[포토] 2026 KTTP 총재배 프로탁구리그 SERIES2 본선 돌입…대구에서 뜨거운 승부 펼쳐져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