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했는데 또 죽었다” 신안산선 사고가 드러낸 국가 산재 예방 시스템의 실패“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왜 또 죽었습니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다시 묻는다. 왜 또 죽었습니까?” 박현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회의 위원(비정규직)이 물었다. 이 질문은 단지 한 번의 사고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감독했는데도 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반복되는 한국의 산업재해 시스템을 향한 근본적 문제 제기다.
◇서울 여의도역 신안산선 건설 현장(사진=인터넷 )
18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여의도역 인근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 지하 약 70미터 터널 구간에서 상부에 고정돼 있던 길이 30~40미터에 달하는 철근 구조물이 낙하했고, 콘크리트 타설 차량을 운전하던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구조물에 깔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숨졌다. 현장에서는 다른 작업자들의 부상 소식도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대형 건설사가 시공을 맡은 신안산선 4-2공구다. 시공사 대표는 현장을 찾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했고, 고용노동부는 해당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 이 사고는 ‘예고된 사고’였다는 점이다.
경고 이후에도 반복된 죽음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올해 7월, 해당 건설사에서 사망 사고가 반복되자 “전 현장 불시감독”과 대대적인 점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회사가 시공하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현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단순히 “현장이 안전수칙을 지켰는가”가 아니다. 국가는 위험을 인지하고도 왜 멈추지 못했는가, 다시 말해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가가 핵심이다.
감독은 있었지만, 위험은 멈추지 않았다. 불시감독은 대체로 안전모 착용, 난간 설치, 표지 부착, 서류상 위험성 평가 등 ‘그 순간의 형식적 요건’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대형 철근 구조물의 설치·거치·고정이 붕괴되는 유형은 특정 시간, 특정 공정 전환 순간에 위험이 폭발한다.
감독이 현장에 없을 때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감독이 현장에 있더라도 위험 공정 자체를 중단하거나 재설계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과 체계가 없다면 사고는 막기 어렵다.
◇신안선산 건설 사고현장 (사진=인터넷)◇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을 만드는 결정이 현장이 아니라 현장 밖에서 내려진다는 점이다. 공기 단축, 공정 병행, 원가 절감의 압박은 본사와 발주 구조에서 만들어지고, 그 결과 위험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감독이 안전조치 미비만 적발하는 방식으로는, 위험을 낳는 공정 구조 자체를 바꾸기 어렵다.
민자 SOC의 책임 공백
신안산선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이 구조에서는 책임이 종종 현장(원청·하청)에만 귀속되고, 공기·비용·계약 조건을 사실상 좌우하는 발주·관리 라인은 “관리했다”는 말만 남기기 쉽다.
위험 공정을 줄이기 위해 공기를 조정해야 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위험을 인지했을 때 누가 작업중지 결정을 내렸는지 불분명해지면, 사고가 발생해도 시스템은 스스로를 보호한다. 안전을 ‘관리’하는 주체가 안전의 ‘책임’에서는 빠지는 구조 속에서, 현장만 처벌되고 구조는 남는다.
사후 처벌을 넘어 사전 통제로
작업중지 명령과 사후 수사는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산재 대책은 오랫동안 ‘사후 처벌 강화’에 머물러 왔다. 이 방식만으로는 “경고 이후에도 또 죽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 이제는 국가가 사고 이전에 위험 공정을 멈출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첫째, 고위험 공정 사전 승인제가 필요하다. 대형 철근 구조물 설치·거치·해체, 심도 깊은 지하 작업, 낙하·붕괴 위험 공정은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로 끝낼 일이 아니다. 공정별 사전 승인 없이는 착수할 수 없도록 하고, 고정 방식·작업 동선·동시 작업 금지·대피 계획·감시자 배치·안전비용 집행을 강제해야 한다.
둘째, 반복 사고 기업에 대한 공기 재설계 의무가 필요하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면 “다시 점검하겠다”가 아니라 공정 자체를 바꾸게 해야 한다. 사고가 나도 공기를 압축할수록 이익이 되는 구조에서는 안전이 우선될 수 없다. “사고가 나면 공기가 늘어난다”는 원칙이 제도에 새겨져야 한다.
셋째, 민자 SOC의 발주·관리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 위험을 알고도 공기와 비용 조건을 방치했다면, 관리 주체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안전은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과 일정, 예산이 만드는 정책 문제다.
넷째,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사람은 현장 노동자다. 그러나 현재 구조에서는 멈추는 순간 불이익이 돌아온다. 하청의 중지 요구가 곧바로 작업중지로 연결되고, 불이익을 주면 원청과 발주 라인까지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 죽었다”는 말이 끝이 되지 않으려면
‘감독했는데 또 죽었다’는 말은 노동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산재 시스템이 사고를 막는 힘을 갖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이제 한국의 산업재해 대책은 사후 수사를 넘어, 공정과 계약을 바꾸는 사전 통제의 국가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
신안산선에서의 죽음이 또 하나의 통계로 남는다면, 다음 현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사람이 죽을 것이다. 국가가 바뀌지 않으면 현장은 바뀌지 않는다.
박현호 위원의 말처럼, 이 문제는 노동부 장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그리고 사회 전체에 던져야 할 질문이다. 산업안전 시스템 전환을 위한 종합적 중장기 과제와 사회적 대화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찐뉴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